
2022년 11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세계 2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가 갑작스럽게 파산을 신청한 것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용하던 대형 거래소였기에 시장의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세계 2위 거래소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나?"라는 의문이 곳곳에서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드러난 진실은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맡긴 자금을 계열 투자회사에 흘려보내 고위험 투자에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고, 결국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FTX가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단 며칠 만에 파산에 이르렀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거래소로 성장한 FTX

FTX는 2019년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SBF)가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었으며, 현물 거래뿐 아니라 선물 거래와 레버리지 거래 등 전문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뛰어난 UI/UX와 다양한 상품을 앞세워 FTX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습니다.
특히 2021년 암호화폐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의 호황을 맞이하면서 FTX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기업가치는 약 320억 달러까지 평가받았고, 세계적인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유명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을 활용한 대규모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FTX는 바이낸스와 함께 세계를 대표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혔으며, 많은 투자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거래소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더 중요한 회사는 '알라메다 리서치'였다

FTX 파산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입니다.
알라메다는 샘 뱅크먼-프리드가 FTX를 설립하기 전인 2017년에 만든 암호화폐 투자회사(헤지펀드)입니다.
암호화폐 차익거래를 시작으로 레버리지 투자와 벤처 투자까지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겉으로는 FTX와 별개의 회사였습니다.
하나는 거래소, 다른 하나는 투자회사였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는 경영진과 의사결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금과 위험관리까지 서로 얽히게 됩니다.
결국 이처럼 불분명한 관계가 FTX 파산의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드러난 고객 자금 유용과 유동성 위기의 핵심 원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FTT 토큰이 만든 착시

FTX는 자체 암호화폐인 FTT(FTX Token)를 발행했습니다.
FTT를 보유하면 거래 수수료 할인이나 각종 VIP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이를 매수했고, FTT의 가격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구조였습니다.
당시 공개된 자료를 보면 알라메다가 보유한 자산 상당 부분이 FTT와 FTT 관련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상당 부분이 FTX가 발행한 자체 토큰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계열사가 만든 토큰의 가격이 높게 유지되는 동안에는 자산 가치도 커 보였습니다.
하지만 FTT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장부에 기록된 자산 가치 역시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알라메다는 시장에서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한 상태였고, 겉으로 보이는 재무 건전성과 실제 유동성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 고객의 돈이 사라졌다
FTX 사건의 핵심은 바로 고객 예치금이었습니다.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산이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으며, 언제든 원하면 자유롭게 출금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거래소는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는 역할을 할 뿐, 이를 임의로 투자에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사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고객들이 FTX에 맡긴 자금 상당 부분이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 흘러 들어갔고, 알라메다는 이 자금을 암호화폐 투자와 벤처 투자, 부동산 매입, 각종 대출 등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고객이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라 믿고 맡긴 돈이, 고객의 동의 없이 고위험 투자 자금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동안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투자 손실이 커졌고, 고객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인출하려 하자 FTX는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알라메다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권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투자자가 레버리지 거래를 하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을 입으면 자동으로 강제청산이 이루어집니다.
거래소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담보를 처분하는 일반적인 위험관리 절차입니다.
하지만 알라메다 리서치는 이러한 규칙에서 사실상 예외였습니다.
검찰과 파산 절차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알라메다는 일반 고객에게 적용되던 위험관리 시스템의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잔고가 크게 부족해도 자동으로 청산되지 않았고,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신용 한도를 바탕으로 계속 자금을 빌려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일반 고객은 규칙을 어기면 즉시 거래가 중단됐지만, 알라메다만큼은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FTX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거래소가 아니라, 알라메다의 투자 활동을 뒷받침하는 금융 창구처럼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혜가 고객 자금 유용과 유동성 위기를 더욱 키운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도화선이 된 바이낸스의 발표

알라메다의 재무구조가 공개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빠르게 커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CEO 창펑 자오(CZ)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FTT를 모두 처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알라메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이 발표는 시장에 강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조차 FTT를 정리한다면 FTX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공포는 순식간에 시장 전체로 확산됐습니다.
결국 FTT 가격은 급락했고, FTX 이용자들은 앞다투어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뱅크런(Bank Run)', 즉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치금을 인출하려는 상황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고객 자금 상당수가 알라메다로 흘러 들어간 상태였던 FTX는 이 대규모 출금 요청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파산
2022년 11월 11일.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를 포함한 100여 개의 계열사는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계를 대표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파산 이후에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엔론(Enron)의 파산 절차를 맡았던 전문가 존 레이 3세(John J. Ray III)가 새로운 CEO 겸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습니다.
그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경력을 통틀어 이처럼 기업 통제가 완전히 실패한 사례는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취지의 평가를 남겼습니다.
회계 관리와 내부 통제, 의사결정 체계가 모두 심각하게 무너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거래소로 평가받던 FTX는 결국 단 며칠 만에 신뢰를 잃었고,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파산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되었습니다.
샘 뱅크먼-프리드의 재판
FTX 파산 이후 미국 검찰은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 SBF)를 고객 자금 횡령, 투자자 사기, 금융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하나였습니다.
SBF가 FTX 고객들의 자금이 알라메다 리서치로 이동하고, 이를 위험한 투자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였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FTX와 알라메다의 주요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알라메다 CEO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을 비롯한 전직 임원들은 고객 자금이 알라메다의 투자 활동에 사용되었고, 이러한 구조가 SBF에게 보고되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결국 배심원단은 SBF에게 제기된 7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고, 2024년 법원은 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한때 "암호화폐 업계의 천재"로 불리며 수십조 원 규모의 기업을 이끌었던 인물은, 결국 세계적인 금융 사기 사건의 중심에 선 범죄자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고객들은 돈을 돌려받았을까?
FTX가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고객들이었습니다.
파산 직후에는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투자자들은 자신이 맡긴 자산을 과연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했습니다.
하지만 파산 절차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파산관재인은 FTX가 보유하고 있던 암호화폐와 투자 자산을 회수하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과 자산 매각을 통해 고객 채권을 변제할 재원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고객들은 파산 절차에서 인정된 청구 금액을 기준으로 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논란이 남았습니다.
FTX 고객들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던 것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였지만, 상환 기준은 파산 신청 당시의 암호화폐 가격을 기준으로 한 달러 가치였습니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당시 암호화폐를 그대로 돌려받기를 원했던 일부 고객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마무리
FTX 사건은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 하나가 무너진 사건이 아닙니다.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할 금융 서비스 기업이 고객 자산을 적절한 동의 없이 위험한 투자에 활용했고, 부실한 내부 통제와 과도한 레버리지가 결합하면서 결국 거대한 붕괴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사건 이후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고객 자산을 거래소 운영 자금과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는 원칙과, 기업의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습니다.
FTX의 몰락은 암호화폐 시장에 큰 충격을 남겼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유명한 기업이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도 단 며칠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 참고 자료
FTX Token price today, FTT to USD live price, marketcap and chart | CoinMarketCap
※ 본 포스팅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자산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 또는 금융 조언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모든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투자 결정은 본인의 충분한 조사(DYOR)와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하시기 바랍니다.